<와일드 라이프> 폴 다노 2018 :: 영화 보는 영알못

 조(에드 옥슨볼드)는 아빠 제리(제이크 질렌할)와 엄마 재닛(캐리 멀리건)을 따라 몬타나 주로 이사 온다. 골프를 하는 제리는 이런저런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직장을 옮겨가고 있으며, 그의 직장을 따라온 가족이 여러 차례 이사를 했다. 그렇게 몬타나까지 왔지만 제리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재닛이 파트타임 수영강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감을 잃은 제리는 몬타나 북부에서 몇 개월간 지속되던 산불진화팀에 지원하고 훌쩍 떠나버린다. 그러자 조는 사진관에 취직해 일하고, 재닛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일자리를 알아본다. 폴 다노의 연출 데뷔작이자, 폴 다노와 조 카잔 커플이 함께 각본을 쓴 <와일드 라이프>는 큰 산불이 났던 1960년의 몬타나를 배경으로 한 가족 멜로드라마이다. 조의 시점으로 제리의 도망(?)과 재닛의 일탈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얼핏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를 아들의 14살짜리 아들의 시점으로 다시 그리는 것만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조의 시점이다. 영화 내내 조의 시점을 따라가며, 조가 없는 공간에 카메라가 가는 일이 드문 작품이지만,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조는 자신의 심정을 드러낸다. 그전까지 조의 시점은 마치 전지적 시점을 취하고 있는 것 마냥 제리와 재닛을 관찰한다. 때문에 이것은 제리와 재닛의 행동에 대한, 다소 불공평한 판정을 유도하게 된다. 조는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제리를 조금씩 그리워한다. 반면 재닛의 일탈, 하지만 자기 멋대로 사라져 버린 제리에 비하면 심리적으로 납득할만한 행동들은 조의 시점에서 추악한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와일드 라이프>는 제리와 재닛 중 누가 더 조에게 잘못을 저질렀는지, 두 사람의 분열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판가름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조의 시선이 향하는 목적도 그것이 아니다. 조의 시점은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분열 사이에 자녀가 놓여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조는 일정 부분 성장하고, 또한 일정 부분 내려놓는다. 조의 시점에서 두 부모는 철들지 않았다. 도리어 그것을 자양분 삼아 조는 성장한다. 그러한 가족의 모순을 이 영화는 담아낸다.


 폴 다노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그것을 감안하면 꽤나 안정적인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폴 다노와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 제이크 질렌할과 캐리 멀리건은 언제나처럼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어딘가 폴 다노를 닮은 에드 옥슨볼드 또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다소 불공정한 (관객의) 판정을 유도하는 시점은 이 영화의 단점에 가깝다. 또한 배우 출신의 감독들의 초기작이 으레 그러하듯, <와일드 라이프> 또한 폴 다노가 출연해온 거장들의 영화 속 장면들을 폴 다노의 취향 것 잘라 붙인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봉준호, 파올로 소렌티노, 켈리 레이카트, 폴 토마스 앤더슨, 스파이크 존즈 등과 작업해온 그 답게, 앞서 언급한 감독들의 장면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좋게 말하자면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이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감독으로서의 개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영향받은 이들의 장면을 가져오는 것은 영화사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하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와일드 라이프>는 그러한 한계가 드러나는, 지극히 무난한 데뷔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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