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톰 후퍼 2019 :: 영화 보는 영알못

 유기묘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는 길거리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을 만난다. 이들은 올드 듀터로노미(주디 덴치)의 선택을 받아 고양이 천국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다. 럼 텀 터거(제이슨 데를로), 거스(이안 맥켈런), 버스토퍼 존스(제임스 코든), 제니애니닷(레벨 윌슨),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 등이 듀터로노미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한편 사악한 고양이인 맥캐버티(이드리스 엘바)는 봄발루리나(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고양이 천국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레미제라블>, <킹스 스피치>, <대니쉬 걸> 등을 연출해온 톰 후퍼가 연출한 <캣츠>는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 뮤지컬을 기획 및 제작한 로이스 앤드류 웨버가 이번 작품에도 참여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과 영국의 워킹타이틀이 제작으로 참여했다.

 

 북미에서의 프리미어 상영 이후 쏟아진 혹평은 대부분 엉망진창인데다가 언캐니 밸리를 자극하는 VFX 효과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람 얼굴을 한 바퀴벌레나 소년의 얼굴을 한 쥐, CG 작업이 덜 된 것 같은 고양이의 모습들은 사실 <캣츠>의 가장 큰 단점은 아니다. 물론 프레임 구석에 있는 단역 고양이들의 발에 달려 있는 미쳐 지워지지 않은 신발끈이라던가, 공간에 따라 제멋대로 변하는 고양이들의 크기, 인간의 손과 발을 달고 있는 고양이 등은 분명 <캣츠>의 기술적 실패를 보여준다. 원작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은 입장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기차 고양이 스킴블샹스의 노래 외의 영화의 음악들이 크게 좋거나 흥미롭지도 않았다. 영화의 테마와도 같은 ‘Memory’는 영화의 각종 홍보로 인해 너무 많이 소비되어 정작 영화 내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기술적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에 서사가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듀터로노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춤과 노래를 제각각 선보이고, 맥캐버티가 이들을 방해한다는 설정만 있을 뿐이다. 영화는 105분 동안 여러 고양이들이 등장해 자기소개의 내용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에 이야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것은 원작 뮤지컬도 비판받는 지점이지만, 무대를 통해 그것을 보는 것과 극장에서 그것을 보는 것은 산만함의 정도가 다르다. 원작에 비해 중요하게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숫자를 줄였음에도 여전히 산만하기만 하며, 영화를 이끄는 중심서사가 없다보니 다양한 노래와 (비록 실패했지만) VFX 효과들에도 지루하기만 할 뿐이다. 유기묘부터 마술사 고양이, 부자 고양이, 극장 고양이, 악당 고양이, 도둑 고양이, 반항아 고양이 등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차례로 등장함에도 별다른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양이 별로 다양한 장르의 곡이 배정되긴 했으나, 전체적인 톤이 유사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음악이 고양이들의 개성을 살리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각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제각각 풀어내기엔 105분의 러닝타임은 불충분하다. 과감하게 각색을 하지 못한 채 원작의 설정을 고스란히 따라간 각본이야말로 <캣츠>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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