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나의 저주> 마이클 차베즈 2019 :: 영화 보는 영알못

 제임스 완이 총괄하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신작 <요로나의 저주>를 보고 왔다. <컨저링> 시리즈에 등장한 ‘우는 유령’ 요로나(마리솔 라미레즈)를 주연으로 삼은 프리퀄 겸 스핀오프인 작품이다. 영화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자 아동복지국에서 일하는 애나(린다 카델리니)가 자신의 두 아이 크리스(로만 크리스토우)와 샘(제이니-린 킨첸)을 요로나로부터 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놉시스만 본다면 역시 싱글맘을 주인공으로 삼은 <바바둑>이나 독박육아/가사노동을 담은 <어둠의 여인> 등의 여성주의적 함의가 들어간 호러영화가 연상된다. 하지만 <요로나의 저주>는 그렇게 흘러갈 수 있는 소재를 ‘컨저링 유니버스’의 스타일 안에 포섭하려다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는 작품이다.

 우선 <더 넌>을 통해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기대치보단 즐겁게 볼 수 있는 장르영화였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카피가 무색하게 요로나의 등장은 언제나 점프스케어를 동반하고, 오컬트 영화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흥미로워할 장치들이 여럿 등장한다. <애나벨>에 등장했던 페레즈 신부(토니 아멘돌라)와 애나벨의 카메오 출연 또한 반갑다. 대부분의 장면이 어둡지만, 단지 어둡기만 한 영화들처럼 어둠이 단점으로만 적용하지 않는다. 어둠에서 나타나는 요로나의 특성을 어느 정도 살린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싱글맘/워킹맘으로서 애나가 겪는 삶을 보여주는 초반부의 몇몇 묘사와, 아동복지국에서 일한다는 설정을 통해 드러나는 개연성과 캐릭터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전직 신부인 퇴마사 라파엘(레이몬드 크루즈)이 등장하면서 많은 장점들이 상쇄된다. 헛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들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컨저링 유니버스’의 전통이 된 악령과 물리적으로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실소가 터진다. 왜 ‘컨저링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언제나 악령들과 물리적으로 격투를 벌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퇴마 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더 넌>에서 총으로 수녀귀신을 쏴 죽이는 수준의 어처구니없음이나 <애나벨: 인형의 주인>의 레슬링에 버금가는 몸싸움 수준의 장면은 없지만, 적당히 잘 쌓아오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이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요로나를 막기 위해 라파엘이 동원한 여러 주술적인 방법이 결국 물리적인 퇴마로 이어지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더 넌>이나 <애나벨>보단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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