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 닐 마샬 2019 :: 영화 보는 영알못

 ‘어사일럼’이라는 영화 제작사가 있다. <아틀란틱 림>이나 <샤크네이도>처럼 성공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비꼰 싸구려 영화들을 제작하며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성공했다. <디센트>, <둠스데이> 등의 저예산 호러-액션 영화를 연출했던 닐 마샬의 <헬보이>는 딱 어사일럼에서 제작한 <헬보이> 같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했던 기존의 <헬보이>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영화라는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엑스칼리버로 봉인되었던 ‘블러드 퀸’ 니무에(밀라 요보비치)가 부활하려 하자, 헬보이(데이빗 하버)가 BPRD(초자연 현상 연구 방위국)의 수장이자 아버지인 브룸 박사(이언 맥쉐인)의 요청을 받아 앨리스(사샤 레인), 다이미오(대니얼 대 킴)와 함께 니무에의 부활을 저지하러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이다. 

 니무에가 봉인당하는 과정을 그린 오프닝 시퀀스의 내레이션에서부터 ‘f-word’를 남발하는 <헬보이>는 고딕호러에 기반한 델 토로의 영화적 개성과 취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이것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영화의 첫 액션 시퀀스라고 부를 수 있는 헬보이와 거인들의 대결이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액션 시퀀스는 느릿하고 다소 어처구니없지만, 유혈낭자한 영화의 스타일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러한 액션은 ‘표범인간’으로 변신하는 다이미오, 런던을 강타한 지옥의 괴물들이 보여주는 끔찍한 비주얼과 학살 등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강력한 영매인 엘리스가 망자와 접촉하는 장면, 멕시코의 뱀파이어부터 바바야가에 이르는 다양한 괴물들의 비주얼까지 독특하고 끔찍한 비주얼로 가득하다.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겠지만, 취향에 맞는 관객에겐 나쁘지 않은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영화적으로는 엉망진창에 가깝다. 정신산만한 각본, 제멋대로인 편집, 뜬금없는 음악, 어딘가 믹싱이 잘 안된 것 같은 후시녹음, 불필요한 잔인함, 심지어 제대로 연기가 가능할까 싶던 헬보이의 얼굴 분장까지 모든 면에서 조악하고,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특정한 몇몇 장면, 몇몇 캐릭터에 호감이 생긴다면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어사일럼’의 싸구려 영화들이 그런 방식으로 매나아들을 끌어 모은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헬보이>는 제작비 5천만 달러의 준-블록버스터 영화이다. 단순히 망작이라고 부르기엔, 이 작품이 어떤 매니아층을 끌어 모을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주먹으로 적의 영혼을 날려버리는 영매(심지어 사샤 레인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부천영화제의 이상한 영화 상영을 즐겨 찾던 관객들이라면 <헬보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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