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 일리야 나이슐러 2021 :: 영화 보는 영알못

 매주 쓰레기차를 놓쳐 쓰레기통 하나 비우지 못하고, 아내 베카(코니 닐슨)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얹혀 일하며, 다른 친척들과 달리 참전군인이면서 사무직만 했다고 아들에게 존경도 받지 못하는 갱년기의 남성 허치(밥 오덴커크)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 어느 날, 집에 찾아온 강도가 돈과 함께 딸의 고양이 팔찌를 같이 가져가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길을 나선 허치는 버스에서 우연히 러시아 마피아 패거리와 다툼을 벌이게 된다. 알고 보니 과거 ‘감찰관’으로 불리는 직책을 맡아 비밀스럽고 폭력적인 업무를 계속해오던 그, 러시아 마피아 보스 율리안(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의 명령으로 마피아들이 그를 잡으러 오자, “과도하게 개과천선”했던 그는 과거의 자신으로 되돌아온다.     

 <노바디>에 관련된 인물들의 면면이 상당히 화려하다. 영화 전체를 1인칭으로 연출했던 액션영화 <하드코어 헨리>를 비롯해 자신의 밴드 ‘Biting Elbows’와 러시아 밴드 ‘Leningrad’, 그리고 The Weeknd의 ‘False Alarm’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해온 일리야 나이슐러가 연출을 맡았다. <존 윅> 시리즈의 각본가 데릭 콜스타드가 각본을, <존 윅>의 첫 영화를 비롯해 <아토믹 블론드>, <데드풀2>,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을 연출했던 데이빗 레이치가 제작을 맡았다. 뭔가 대단한 액션영화가 나올 것만 같은 제작진이지만, 영화의 주연은 <브레이킹 배드>와 <배터 콜 사울>로 알려진 코디미언이자 배우 밥 오덴커크다.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 혹은 <테이큰> 시리즈의 리암 니슨 등과 상반된 그의 이미지는, “건드려서는 안 될 과거를 지닌 중년 남성” 캐릭터라기엔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건드려서는 안 될 과거를 지닌 중년 남성”을 건드린 적들을 주인공이 싹 쓸어버리는 부류의 영화들을 패러디한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허치의 성향은 존 윅이나 <테이큰>의 브라이언과는 다르다. 허치의 지루한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의 초반부는 에드가 라이트가 편집한 <패터슨>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그를 자신의 과거를 떨쳐내고 사랑하는 가족과 새 인생 새 출발 하려는 캐릭터들과는 다른 성격을 부여한다. 존 윅이나 브라이언처럼 허치 또한 가족 혹은 그에 근접한 이들이 위협당함에 따라 적들을 몰살하게 되지만, 그는 가족을 이유로 자신의 본성을 억누른 채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드러낼 순간을 항상 꿈꾸는 사람이다. 그가 버스에서 굳이 자신을 위협하지도 않는 러시아 마피아들을 공격한 것은, 단순히 자신이 폭력을 마음껏 휘둘러도 되는 악인들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동기에 따라 허치는 그간 자신이 돌아가길 소망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주먹과 총을 휘두르고, 집안의 집기들을 통해 적과 결투를 벌이고, 가족 몰래 만들어둔 지하실 벙커를 활용하고, 재수 없는 이웃집 남자의 자동차를 훔쳐 카체이싱을 벌이며, 율리안의 사무실에 있는 고흐의 그림을 들고 유유히 집에 돌아간다. R등급 <나 홀로 집에>를 연상시키는 후반부 장면은 그러한 소망이 마침내 실현되는 순간이다. 심지어 그 소망은 전직 FBI인 늙은 아버지(크리스토퍼 로이드)와 의붓형제 해리(RZA)와 함께 이루어진다. 이들 또한 각자의 이유로 억누르던 본능을 마음껏 뽐내며 러시아 마피아들을 몰살한다. 이들의 목적은 선이 아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혹은 타의에 의한 본래 세계로의 복귀나 복수도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구실이다. 영화도 그것을 알고, 캐릭터도 그것을 안다. 영화는 훵크와 올드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죽여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이들에게 무절제한 폭력을 휘두르며 자아를 회복하는 갱년기 중년 남성을 액션 코미디의 톤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