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크리스마스> 폴 페이그 2019 :: 영화 보는 영알못

*스포일러 포함

 

 가수 지망생인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는 산타(양자경)가 운영하는 크리스마스 용품 샵에서 일하고 있다. 엄마 페트라(엠마 톰슨)와 언니 마르타(리디아 레오나드)와의 트러블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도 않는 그는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밤을 보낸다. 그러던 중, 그의 앞에 의문의 남자 톰(헨리 골딩)이 나타난다.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는 와중에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톰이 갑자기 떠나면서 둘의 관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히트>, <스파이>, <고스트버스터즈>, <부탁 하나만 들어줘> 등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코미디에 기반한 장르영화를 만들어오던 폴 페이그의 신작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또한 영화에 페트라 역으로 출연한 엠마 톤슨이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조지 마이클의 노래 ‘Last Christmas’에 영감을 받아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재밌는 지점은 폴 페이그와 엠마 톰슨이 조지 마이클의 노래에서 문자 그대로의 영감을 받았다는 점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노래의 첫 소절은 이렇다.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직역하자면 “지난 크리스마스, 나는 당신에게 내 심장을 줬어요.” 그렇다. 로맨틱 코미디로 홍보된 이 영화에는 로맨스가 없다. 톰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심장병을 앓던 케이트에게 이식된 심장의 원래 주인이다. 케이트가 보는 톰은 일종의 환영 또는 귀신 같은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신파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설정은 영화의 방향을 뒤바꾼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톰의 정체를 밝힌 이후 심장이식 수술 이후 우울증을 앓던 케이트의 성장영화로 장르를 새롭게 규정하고, 유고슬라비아 난민 출신인 케이트와 그의 가족들을 영화의 주된 메시지로 사용한다. 영화가 2019년이 아닌 2017년을 배경으로 삼은 것 또한 ‘브렉시트’ 정국을 영화에 담기 위함이며, 이민자, 노숙자, 장애인, 비백인, 퀴어 등이 영화의 주변 인물들로 등장하기도 한다. 결국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쓴, 만인에게 평등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성장영화인 셈이다.

 

 폴 페이그의 코미디 연출은 여전히 관객들을 웃기는 데 성공하며, 그간 여성들 간의 우정과 연대를 다뤄왔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다만 톰이라는 남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톰을 실재하지 않는 인물로 설정하고 케이트와 페트라, 케이트와 마르타의 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은, 물론 주요 캐릭터가 유령이라는 반전을 사용하는 지점에서 혹평을 던질 이들도 많겠지만, 성장과 연대, 이해와 화해라는 영화의 주제와 크리스마스라는 소재를 적절하게 강조하고 있다. 다만 영화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아웃팅 장면은, 설령 그것이 매끈하게 마무리되긴 해도, 그 장면 자체가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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