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당신의 부탁> 등의 작품을 영화와 그래픽 노블로 동시에 선보여 온 이동은 감독의 신작 <니나 내나>가 개봉했다. 이번 작품 또한 두 가지 매체로 거의 동시에 공개되었으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다루고 있다.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던 아들과 어머니의 이야기였던 <환절기>, 뜻밖의 가족으로 뭉치게 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였던 <당신의 부탁>에 이어, <니나 내나>에서는 아버지를 떠나 도망친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미정(장혜진), 경환(태인호), 재윤(이가섭) 삼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을 떠난 어머니로 인해, 그리고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다소 분열된 상태에 놓인 삼 남매가 다시 가족이라는 범주로 묶이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얼개이다.
영화가 다루는 가족의 인원이 많아졌다는 점이 이동은 감독의 전작과 <니나 내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비록 미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는 물론, 그들의 아버지(고인범), 미정의 딸 규림(김진영), 경환의 아내 상희(이상희) 등의 이야기까지 다뤄야 할 인물들이 대폭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영화 자체가 다소 산만해지기도 한다. 또한 두 전작의 경우 인물들이 가족에게 감추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거나, 굳이 캐내지 않은 과거를 캐내면서 어떤 분열이 일어나고, 그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소위 ‘이상적인 정상가족’으로 불리는 범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었다. 하지만 <니나 내나>의 가족들은 이동은 감독의 전작들에서 다뤄졌던 것과 유사한 비밀이나 분열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는 가족의 균열을 드러내기보단 봉합을 위한 소재로써 다뤄진다. 또한 <당신의 부탁>에 이어 이번 영화에도 다시 등장하는 무속적인 요소들은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다. 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족을 봉합시키기 위한, 존재하는 갈등들을 하나의 결말로 향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등장한다. 미정의 꿈이나 환상 장면들이 이를 보여주는데, 이 장면들의 결론은 결국 다시 모인 가족들의 사진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니나 내나>의 가족들은 평생 동안 봉합된 적이 없다. 이들은 각자 숨기던 비밀과 함께 묻어둔 과거를 지니고 있다. 가족을 떠난 엄마의 편지는 이들이 꺼내지 못하던 비밀과 갈등을 꺼내는 계기가 된다. 비밀과 갈등의 근본 원인이 회귀하여 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때문에 <니나 내나>는 한 번도 봉합된 적 없는 가족을 마침내 봉합하는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왜 이들은 봉합되어야 하는가?”이다. 왜 이들은 한 한 프레임 안의 가족사진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지녀야 하는가? 세상을 떠난 가족을 토대로 삼아 봉합되는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력화된 이후에나 가능해진 봉합은 정말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봉합인가? 어머니를 만나러 떠나는 삼 남매의 여정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를 묶어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욕망의 여정과도 같다. 여정 이후 가족이 다시 모인 몇몇 장면들은 많은 가족의 집에 걸려 있는, 모두가 행복해 보이기는 한 가족사진과도 같다. 이들의 비밀과 갈등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정리된다. <당신의 부탁>을 즐겁게 보았던 이유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언뜻 아름답게 느껴지는 봉합 대신, 어딘가 어긋난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길 결심하는 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니나 내나>는 유사한 상황을 반대의 방향으로 이끌어나간다. 이는 크게 새롭지도, 재밌지도 않은 또 하나의 익숙한 가족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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