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아만다> 미카엘 허스 2018 :: 영화 보는 영알못

 민박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청년 다비드(뱅상 라코스테)는 누나 상드린(오필리아 콜브)과 조카 아만다(이조르 믤트리에)와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민박을 찾은 레나(스테이시 마틴)에게 끌림을 느끼며 새로운 사랑을 찾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공원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인해 상드린이 죽고 레나는 팔에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다비드는 홀로 남은 아만다를 맡게 되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담감을 느끼는 다비드는 아만다의 후견인이 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미카엘 허스의 <쁘띠 아만다>는 지난 2015년 11월 13일에 벌어진 파리 연쇄 테러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건을 등장시킨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영화 포스터(<주피터스 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영화 속 시간대는 2017년이며, 영화 속 테러는 가상의 사건임을 알 수 있지만, 이 영화가 11.13 파리 테러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밖에 없다. 마치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두더지>, <신고지라>, <아사코> 등의 일본 영화들이 그 사건을 반영하거나, <벌새>나 <미성년> 등의 한국영화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쁘띠 아만다>는 더욱 직접적으로 테러라는 사건을 보여준다. 한 국가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태도를 뒤바꿔 놓는 거대한 사건. 슈퍼 16mm로 촬영된 아름다운 화면들이 보여주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초반부는 영화 시작 30여분 뒤 등장하는, 아무런 전조 없이 벌어진 테러에 의해 송두리째 뒤바뀐다.

 

 <쁘띠 아만다>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감독 중 에릭 로메르의 영향이 깊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두 인물이 나란히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정면에서 촬영한 트래킹 쇼트, 방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담는 구도, 공원이나 들판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드러내는 작은 제스처들. 미카엘 허스 감독은 이러한 요소들을 이용해 복잡한 상황 속에 놓인 다비드의 속내를 드러낸다. 갑작스레 뒤바뀐 상황은 다비드에게도, 아만다에게도 버겁다. 엄마와 살던 집과 고모의 집을 오가는 아만다는 혼란스러워하고, 다비드는 아만다, 레나, 그리고 어린 시절 자신과 누나를 버리고 고향으로 떠난 어머니 등에 대한 감정선이 뒤얽힘과 동시에, 앞으로의 생계와 생활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고민한다.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태도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다비드와 아만다는 맞닥뜨린 상황 앞에서, 둘의 미래에 대한 협상을 이어간다. 이들의 대화와 제스처들은 성인이 아이에게 권하는 것이 아닌,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야 할 두 개인의 협상과정이다. 여전히 불분명한 테러의 주체, 테러의 원인이라는 불확정적인 상황 앞에서, 이들은 공존을 위한 협상을 이어나간다. 이들은 이를 통해 사건 이후의 관계를 계속해서 재정립해나간다.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와 유사한 런던의 공원에서 마무리되는 영화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다. 때문에 <쁘띠 아만다>도, 앞서 언급한 일본과 한국의 사건 이후의 영화들처럼, 그 이후를 살아가는 이들의 태도와 연관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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