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변호인> 미미 레더 2018 :: 영화 보는 영알못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아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법조인일 것이다. 대법원장, 법조인, 액티비스트, 교수 등 그의 호칭도 다양하다. 오랜만에 영화를 내놓은 미미 레더 감독의 신작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펠리시티 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50년대 말,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부터, 1972년 ‘모리스 대 국세청장’ 재판까지의 사건들이 영화의 배경이다. 남편 마틴(아미 해머)과 함께 하버드 로스쿨을 다니며 변호사가 될 꿈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던 루스는 로스쿨 내에 여전히 잔존하는 성차별에 못마땅해한다. 그는 최고의 성적으로 학교를 마치지만, 유명 로펌에 들어간 남편과는 달리 교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루스는 우연히 미혼 남성이기에 부양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 모리츠(크리스 멀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이 사건이 여러 법에 명시된 성차별들에 대한 위헌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리츠를 설득해 재판을 준비한다. 그는 남편 마티, 딸 제인(케일리 스패니) 등 가족들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도움을 받고, 루스 이전에 성차별적 법 조항에 맞서는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 도로시 캐년(캐시 베이츠)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On the Basis of Sex’라는 원제처럼, 젠더에 근거한 성차별적 조항들을 타파하기 위해 활약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변호사 시절을 다룬다. “창조주의 법”, “자연의 섭리”에 근거하여 남성의 공간은 일터로, 여성의 공간은 집으로 규정해온 지금까지의 법과 판례를 뒤엎으려는, 극 중 루스의 동료인 멜 울프(저스틴 서룩스)의 말을 빌리면 “혁명적인 아이디어”인 루스의 재판은 178개의 성차별적 법 조항들을 뒤집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된다. 영화는 루스가 이 재판을 하기 위해 미국시민자유연맹의 멜 울프를 설득하고, 하버드 로스쿨의 여러 인맥들이 보내는 조롱을 무시하고, 처음 서는 변호인석의 부담감을 떨쳐내는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 내내 반복되는 “법률은 시대의 기후를 반영해야 한다”는 말은 제인의 모습과 루스의 경험을 통해 루스의 자신감으로 승화된다. 기후의 변화는 웬만큼 급격한 것이 아니고서야 잘 느껴지지 않지만, 이미 경험한 과거를 떠올려 보면 분명히 알아챌 수 있다. 루스는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챈 사람이고, 스스로 그 기후를 만들어내는 이가 되고자 앞장선 인물이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각본에 참여한 만큼,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그의 이러한 면모를 가감 없이 담아낸다. 


 지난 3월 말 개봉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루스의 인생 전체를 되돌아보며, 그가 살아온 족적들과 성취들 그를 돕던 주변인들의 모습, 대중문화 아이콘이 된 지금의 모습까지를 담아낸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마지막 장면은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미국 대법원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루스의 모습을 담는다. 기둥을 지나는 그의 모습은 카메오 출연한 실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모습으로 바뀐다. 성차별부터 성소수자 인권까지 다양한 차별에 맞서 행동해온 루스의 아이코닉한 모습과 행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완성된다.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루스의 이야기는, 법조인인 그가 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설명해주는 훌륭한 가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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