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미션> 클린트 이스트우드 2018 :: 영화 보는 영알못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 연출작들은 어딘가 기묘하다. <15:17 파리행 열차>는 실제 사건의 주인공들을 배우로 기용하였고, 현실과 픽션의 세계가 충돌하는 모양새로 마무리되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어딘가 스필버그적인 터치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결국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했지만, <스타 이즈 본>을 연출하려 했다는 점 또한 (물론 뮤지컬 영화인 <저지 보이즈>가 있지만) 흥미롭다. <그랜 토리노> 이후 오랜만에 연출과 주연을 겸한 그의 신작 <라스트 미션>도 이러한 기묘함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는 우연히 마약 배달을 시작한 원예 사업가이자 실패한 가장인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의 다른 최근작들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두 인물을 축으로 따라간다. 하나는 마약 배달을 맡게 된 얼이다. 그는 아내 메리(다이앤 위스트), 딸 아이리스(앨리슨 이스트우드), 손녀 지니(타이사 파미가)를 차례로 실망시킨 실패한 가장이며, 인터넷의 속도에 패배한 원예업자이다. 평생 딱지 한번 뗀 적 없는 그는 안전운전과 백인 남성 노인이라는 위치를 통해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고, 점점 더 카르텔의 신뢰를 받게 된다. 다른 한 축은 마약단속국 요원인 콜린(브래들리 쿠퍼)이다. 그는 상관(로렌스 피시번)의 명령에 따라 트레비노(마이클 페냐)와 함께 ‘할배’라고 불리는 마약 배달원을 체포하려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약단속국과 카르텔, 두 조직은 어딘가 이상하게 묘사된다. 상관은 몇 달째 허탕인 콜린에게 별다른 논쟁도 없이 작전 허가를 내주며, 카르텔의 보스는 얼을 너무나도 쉽게 과신한다. 마약 배달부 얼은 두 조직 사이를 오가며(얼은 모텔 등에서 콜린과 마주치곤 한다) 11번의 배달에 성공한다. 그는 배달을 통해 번 돈으로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참전용사회 건물을 재개장한다. 이상한 두 조직 사이의 기묘한 공생관계가 끝나는 것을 계속해서 지연시키는 늙은 보수주의자, 스스로가 성차별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고칠 생각이 없는 꼰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굉장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바꾸려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몸으로 연기하는 얼을 통해 미국의 지금, 다양한 차별과 억압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의 종식을 끝없이 지연시키는 지금을 체현한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아”라는 얼의 대사는 그러한 지연의 시간이 끝나간다는, 혹은 끝나갈 시간이 됐다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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