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 이야기> 조민호 2019 :: 영화 보는 영알못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감독의 이름을 보고 많은 걱정이 들었다. 한국영화 ‘망작’을 꼽을 때 심심치 않게 들어가는 <10억>의 조민호 감독이 <항거>의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귀향> 같은 영화들처럼, 자칫 선정적인 장면들로만 가득한 영화로 나올 수도 있는 소재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항거>는 감독이 스스로를 최대한 내려놓고 유관순(고아성)과 김향화(김새벽), 권애라(김예은), 이옥이(정하담) 등의 서대문 감옥 8호실의 여성들에 집중하는 작품이었다. 좋은 영화들을 만든 감독은 아닌지라, 연출적인 부분에서 종종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신파로 흘러가지 않는다. 



 <항거>는 기본적으로 3.1 만세운동과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아성을 비롯해 김예은, 김새벽, 정하담 등의 여성 배우들은 그 위에 여성들 간의 연대가 피어나는 과정을 그려낸다. 학생, 기생, 농부, 어머니, 딸, 서울 사람, 지방 사람 등 다양한 위치에서 우연히, 혹은 적극적으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갈등을 겪는다. 영화는 이들이 결국 연대하게 되는 과정을 쫓아간다. ‘유관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같은 독립영화계의 스타들이 8호실 감방동료들을 연기했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유관순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캐릭터가 아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독립보다 더 큰 자유를 위해 만세를 외치던 개별자들이고, 옥중이라는 상황에서 이를 이어가기 위해 연대한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다. 10억 원 정도의 적은 예산, 기존의 태도를 버리고 자세를 낮춘 채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연출과 대사의 아쉬움을 8호실을 가득 채운 여성 배우들이 매워준다. 대사는 너무 직설적이고, 비유는 지루하고, 연출은 단조롭다. 하지만 만세운동 이후의 갈등으로 시작하여 이해와 연대로 나아가는 과정은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통해 스크린 위에 그려진다. 영화에 출연한 남성 배우들의 (많이) 아쉬운 연기와 대비되기도 한다. <항거>에 출연한 배우들,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의 얼굴은 그 자체로 “자유는 하나뿐인 목숨을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라는 극 중 유관순의 대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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