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 박찬경 2013 :: 영화 보는 영알못

 박찬경 감독은 김금화 만신의 자서전 『만신 김금화』와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 『김금화의 무가집』 등을 읽고 영화 <만신>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한 사람의 자서전이지만 한국 현대사가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 끌렸다.”라고 제작 동기를 밝힌 박찬경의 말처럼, <만신>이 담아내고 그려낸 김금화 만신의 일생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독재정권을 아우르는 한국 현대사가 녹아있다. 현실의 삶은 물론, 영화나 TV 드라마, 소설 등의 대중매체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 가장 힘든 시기에 한국인들은 무당을 찾아가고 무속신앙에 의지했다. 만신의 굿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종의 쇼로써 한국 현대사에 존재해왔다.



 박찬경 감독이 <만신>을 통해 무당과 무속신앙의 쇼 비즈니스적인 성격을 부각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속 김금화 만신이 굿을 준비하기 위해 가사를 외우고, 소품을 준비하고, 굿의 동선을 맞춰보는 장면들은 콘서트를 앞둔 엔터테이너의 모습과 흡사하게 느껴진다. 시대에 따라 빨갱이로, 불온한 것으로 여겨지며 탄압당하던 모습도 시대를 거쳐온 대중예술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지금껏 무당이 굿을 준비하며 노래 가사를 외우는 모습을 보여준 매체가 있었을까? 그 모습을 <만신>을통해 처음 목격한 관객은 만신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무속 신앙에 묶여있는 존재가 아닌, 예술과 노동의 관점에서 만신이라는 존재와 굿이라는 퍼포먼스를 생각하게 된다.



 <만신>이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 세 배우를 캐스팅해 김금화 만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낸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흥미롭다. 자료화면과 인터뷰 등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세 배우의 몸을 통해 재연하고, 종종 실제 김금화 만신이 본인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와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도 한다. 김금화 만신의 삶은 신내림 받는 장면을 연기하는 류현경과 굿판을 재연하는 문소리, 쇠걸립을 하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김새론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재현된다. 이를 통해 김금화 만신의 삶과 퍼포먼스는 다시 한번 쇼로써 재현된다. 김금화의 퍼포먼스를 배우들이 다시 공연하고, 이것을 다시 바라보는 김금화의 시선은 무당과 굿이라는 존재 위에 덮인 겹을 관통한다.



 7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버텨 온 김금화 만신은 계속해서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동시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 사람이었다. 그는 깊은 산속부터 DMZ와 같은 지역, 연평해전이 벌어진 서해바다까지 자신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만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굿이라는 퍼포먼스는 위로와 치유의 쇼가 된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김금화 만신의 쇼는 역사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을 보듬어준다. 때문에 쇠걸립하러 다니는 어린 김금화, 김새론을 따라가던 카메라가 하늘로 날아올라 마을과 산을 굽어 살피는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김금화 만신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은, 한국인의 기저에 깔린 정서를 보듬어 주는 시선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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