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빙' 태그의 글 목록 :: 영화 보는 영알못

한적한 어느 마을에 살던 다섯 악동이 강제 징집당한다. 서로가 누군지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던 다섯은 적이 침략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에 맞서기 위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정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적에 대항하기 위해 다섯 악동은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한다. 그들을 훈련시키는 사람은 다섯 명이 함께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장비를 갖추고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주입받은 애향심과 전우애는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완성시킨다. 마침내 적이 마을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다섯 명의 악동은 전투에 참여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한이 이야기는 어느 전쟁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일본 최고의 전대물로 꼽히는 <파워레인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인 <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닝>의 이야기이다.



 마치 하이틴 성장영화처럼 전개되는 다섯 악동, 다섯 루저의 이야기는 어렸을 적에 보던 파워레인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과거의 레드 레인저인 조던(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숨겨둔 파워 코인을 우연히 발견한 제이슨(데이커 몽고메리), 빌리(RJ 사일러), 킴벌리(나오미 스콧), 트리니(베키 지), 잭(루디 린)은 각각 레드/블루/핑크/옐로/블랙 레인저로 선택받는다. 본래 그린 레인저였지만 파워레인저를 배신하고 순수한 악이 되어버린 리타(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막는 것이 그들의 임무. 안드로이드 알파 5(빌 헤이더)와 조던의 훈련과, 각자의 상처를 서로에게 고백하고 보듬어주며 쌓인 우정과 전우애를 통해 슈트를 입고 전투에 나서게 되는 과정까지 영화가 그려낸다. 때문에 영화의 전반부는 시골을 배경으로 한 하이틴 인디영화처럼 전개된다. 고교의 스타 쿼터백이었지만 그것에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은 제이슨, 너드 그 자체인 빌리, 자신의 실수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가 무너져 내린 킴벌리, 레즈비언인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는 트리니, 아픈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잭. 각 캐릭터의 상황과 이야기가 영화 내내 드러나고,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꽤 만족스러우며 설득력 있다. 124분의 러닝타임 중 90분이 지나서야 멤버들이 슈트를 입게 되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이 지루하지만은 않다. 능력을 얻은 뒤 슈퍼히어로가 되었다고 즐거워함과 동시에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감싸는 전개는 <크로니클>의 조금 더 밝고 경쾌한 버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섯 명의 이야기를 전부 풀어내는 데는 압박이 컸던 것일까, 빠른 전개 속도는 인상적이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는 않다. 마치 13부작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10분씩 잘라와 붙인 것 같은 전개는 각 캐릭터를 묘사하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이 파워레인저라는 이름 밑에, 혹은 친구와 동료로서의 신뢰와 정이 생기기까지의 묘사는 헐겁다. 영화는 마치 이들이 한 팀이 되고야 말 것이라고 관객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하고이야기를 풀어간다. ‘어차피 이들은 한 팀인데,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있나?’라는 태도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쉽고 편하게 우정과 전우애를 쌓아간다. 슈퍼파워를 선보이는 장면과 각 캐릭터의 묘사, 훈련 장면, 우정을 쌓는 장면 등이 뒤섞여 등장하고, 러닝타임에 비해 체감상 전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 부분이지만,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는 관계 묘사는 아쉬움을 준다.


 영화 후반부 드디어 슈트를 입고 조드를 이끌고 전투에 참여하는 파워레인저의 모습 뒤로 익숙한 파워레인저의 테마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은 대단한 쾌감을 준다. CG와 슬로모션이 가미된 액션은 기존의 전대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지만 마루운동 체조 동작을 보는 듯한 액션과 공룡의 모습을 본뜬 조드의 모습은 꽤나 만족스럽다. 전대물 특유의 느낌과 CG의 질감이 어색하지 않게 섞였달까. 다만 합체 조드의 합체 과정을 생략한 것은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합체 장면 하나만을 바라고 극장을 찾은 관객도 많았을 텐데, <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닝>은 전대물의 상징과도 같은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디어 부족, 예산 부족 등등의 핑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은 7부작으로 기획한 시리즈이기에 전부 공개하지 않으려는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다.



 확실히 <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닝>은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툭툭 끊기는 인물 관계 묘사, 포인트가 될 합체 장면의 부재 등은 확실한 약점이다. 그럼에도 속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영화에서 어떤 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파워’레인저이기에 칸예 웨스트의 ‘Power’가 흘러나오는 장면이나 엔드 크레딧에서 Snap!의 ‘The Power’를 빈스 스테이플스 등이 리메이크한 곡 ‘GiveIt All’이 흘러나오는 등 Power라는 가사가 중요 포인트에 들어간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점에서 그런 패기가 느껴졌다. 망할 것은 알지만 그래도 해보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인 걸까? 결과적으로 <파워레인저스: 더 비기닝>은 조쉬 트랭크의 1억 불짜리 쓰레기였던 <판타스틱 4>와 같은 처참한 결과물을 기대한 관객에게 나름 한 방 날리는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그렇다고 좋은 영화인 것은 아니지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