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스튜어트' 태그의 글 목록 :: 영화 보는 영알못

 크레이그 맥닐의 <리지>는 ‘도끼 살인’으로 잘 알려진 리지 보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동안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 오페라, 연극, TV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사건의 전말 자체가 미스터리에 쌓여 있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리지 보든의 친부와 계모가 살해당한 사건이 재해석되었다. <리지>는 리지 보든과 보든 집안의 하녀인 브리짓 설리번이 연인 관계였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아메리칸 싸이코>, <도그빌>, <린 온 피트> 등의 클로에 세비니가 리지 보든을 연기하며 제작 또한 맡았고, 하녀 브리짓 설리번 역으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각종 독립/예술영화들에 출연중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출연했다. 



 영화는 리지의 친부인 앤드류 보든(제이미 쉐리던)과 계모인 애비 보든(피오나 쇼우)의 시체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처음부터 모든 결과를 보여주는 영화는 관객이 이미 유명한 리지 보든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처럼 영화를 전개해 나간다. 오프닝 쇼트 이후 브리짓이 보든의 집에 도착하고, 영화가 전개되면서 리지와 브리짓의 관계, 리지의 생활을 억압해오는 아버지 앤드류의 행동, 삼촌 존(데니스 오헤어)에게 유산을 남기려는 앤드류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리지>는 작은 사건들을 천천히 보여주며 리지와 브리짓의 심리에 집중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갑자기 영화가 범죄 추리극이었던 것처럼 등장한다. 조심스럽게 리지와 브리짓의 심리에 다가가던 카메라는 선정적인 사건을 신나서 보도하는 신문기사들처럼 사건의 전말을 담아낸다. 물론 유사한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이나 슬레셔 영화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초중반부를 지탱해온 정서가 후반부에 휘발되고 만다. 사실 초중반부의 심리적 접근도 클로에 세비니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출중한 두 배우의 레즈비언 로맨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 뿐, 영화 자체의 힘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리지>는 심리극으로도, 추리극으로도 어딘가 아쉽지만,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힘이 영화를 간신히 지탱하는 작품이다.


변호사인 로라(로라 던)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의뢰인 풀러(자레드 해리스)와 8개월째 씨름 중이다. 그는 다른 남성 변호사의 말을 듣고 바로 납득하는 풀러를 보며 자조한다.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새로 지을 예정인 지나(미셸 윌리엄스)는 재료로 쓸 벽돌을 얻기 위해 홀로 사는 노인 앨버트(린 어벌조노이스)를 찾아간다. 지나는 앨버트를 설득하지만 함께 간 남편은 자꾸만 벽돌을 굳이 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벽돌을 얻은 지나의 뒷모습에 앨버트는 “아내가 내조를 잘 하네요”라고 지나의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목장에서 말을 돌보며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여인(릴리 글래드스톤, 극에 이름이 나오지 않음)은 우연히 사람들을 따라 학교법 강의에 오게 된다. 수업의 강사인 변호사 초년생 엘리자베스(크리스틴 스튜어트)는 4시간이 걸리는 리빙스톤에서 학교를 오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여인은 엘리자베스에게 식당을 안내해주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세 에피소드가 107분 동안 이어지며, 각 에피소드가 비슷한 시간대에 벌어진 일임을 암시하는 느슨한 연결고리만을 남기는 <어떤 여자들>은 이야기가 아닌 뉘앙스를 통해 에피소드들을 잇는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집중하고 주의 깊게 감상하면 드러나는 여성의 삶과 일상, 어떤 네 여인이 세상과 맞서가며 살아야 하는 모습, 거기서 비롯되는 외로움과 피곤한 감정이 굵은 입자의 16mm 필름 화면에 담긴다. 몬타나 주의 겨울이 주는 황량한 길은 여인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앞선 두 에피소드의 로라와 지나가 여성이기에 받는 시선과 차별들은 몬타나의 이미지와 겹쳐져 하나의 뉘앙스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노골적인 고발이나 폭로가 아닌, 그렇게 살아가게 된 두 여인의 모습을 그저 담아낸다. 16mm 필름의 굵은 입자는 그 삶이 겉보기엔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 내면은 거칠고 불안정한 감정을 동반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목장을 관리하는 여인과 엘리자베스의 묘한 감정선과 소박한 연대는 앞선 두 여인의 모습의 위로가 된다.



 켈리 레이차트의 영화를 감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어둠 속에서>, <웬디와 루시> 등의 전작들에서 길의 이미지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점은 알고 <어떤 여인들>을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길이라는 테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다. 그것은 밝고 즐겁고 경쾌할 수도 있고,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일 수도 있으며, 험난한 장애물일 수도 있다. <어떤 여자들>은 주위가 텅 비고 황량한 길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에피소드의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달리는 차를 잡는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언제나 여성 캐릭터의 얼굴을 잡아내고, 창에 비친 길의 모습과 함께 얼굴을 보여준다. 이미지가 곧 감정으로 작용하는 영화적 연출은 <어떤 여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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