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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길을 잃었던 상황을 트라우마로 기억하는 에들레이드(루피타 뇽)는 성인이 되었다. 그는 남편 게이브(윈스턴 듀크)와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와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과 함께 산타크루즈 인근의 별장으로 휴가를 왔다. 그곳에서 지인인 키티(엘리자베스 모스)와 조쉬(팀 헤이덱커)의 가족을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붉은 점프슈트를 입은 의문의 사람들이 별장 앞에 나타난다. 이들은 에들레이드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들이다. 에들레이드의 가족은 갑자기 별장에 침입한 자신의 도플갱어들과 싸움을 벌인다. <겟아웃>으로 주목받은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가 개봉했다.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호러 장르에 도전한 조던 필은 이번엔 도플갱어를 소재로 사용한다. 동시에 인종차별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던 전작과 유사하게, <어스> 또한 인종차별, 노예제, 난민, 계급 문제 등을 은유하고 있다.

 우선 <어스>는 장르영화로써 전작보다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도플갱어가 등장하기 직전 에들레이드만 느끼는 여러 징조들, 도플갱어의 첫 등장, 4명의 가족이 각자 자신의 도플갱어를 상대하는 방식 등이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하우스호러의 외피를 쓰고 있으면서 러닝타임의 절반이 겨우 넘는 시점에서 별장을 벗어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우스호러-코미디의 클리셰는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너지고, 백인인 키티와 조쉬 가족의 별장 모습과 소소한 유머들을 통해 중산층이라는 계급 안에서도 존재하는 인종적 격차를 슬그머니 드러낸다. N.W.A의 “Fuck Da Police”를 백인들에게 되돌려주는 통렬한 유머는 <어스>의 가장 좋은 장면 중 하나이다. 다만 도플갱어라는 설정이 무너지는 후반부(클론은 분명 도플갱어와는 다른 것이다)는 아쉽게 느껴진다. <겟아웃>도 그랬지만, 조던 필은 저돌적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다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소소한 설정들을 따져보자면 <어스>는 구멍이 많다. “수 세기 전부터 미국 대륙에 존재한 지하 터널들”이라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역사를 생각해 봤을 때 미국 대륙의 지하터널의 역사는 200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사소한 설정 오류/붕괴들을 차치하고 넘어가자면, <어스>는 영화의 주제의식을 <겟아웃>보단 세련되게 담아내고 있다. 직설적이었던 전작과 비교하면, <어스>가 노예제, 계급 문제 등을 보여주는 방식은 조금 더 은유적이다. 가령 에들레이드의 가족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백인인 산타크루즈의 풍경은 외적으로 이들의 같은 위치에서 가족과 절친한 사이를 유지하는 듯한 키티-조쉬 가족의 모습으로 이어지며,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중산층의 정의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에들레이드의 도플갱어인 레드가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스>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순간일 것이다. 이들은 초현실적인 지하세계와 그 위의 지상세계로 분리된, 인종부터 계급에 이르는 수많은 지점들을 바탕으로 한 ‘분리’를 내포하고 있다. 다만 이 지점들이 장르적으로 아쉬움을 남기는 후반부와 함께 무너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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