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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춘천>에 이어 장우진 감독이 자신의 고향인 춘천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겉으로 보이는 틀은 전작과 유사하다. 영화는 춘천을 배경으로 중년의 부부 흥주(양흥주)와 은주(서영화), 20대 청년 커플인 군인(우지현)과 여자(이상희)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흥주와 은주는 20여 년 만에 청평사를 찾는다. 돌아오는 택시에서, 은주는 핸드폰을 두고 왔음을 기억해낸다. 핸드폰을 찾으러 들어간 둘은 청평호를 건너는 배가 끊기는 바람에 그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같은 시간, 젊은 군인과 여자는 청평사를 돌아다니다 배 시간이 끊겼음을 알게 된다. 청평사에서의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기묘한 만남과 대화가 <겨울밤에>의 이야기다. 



중년과 20대 청년의 이야기가 같은 공간 안에서 순환한다는 구조는 같지만, 그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았던 <춘천, 춘천>과는 달리 <겨울밤에>의 인물들은 어느 순간 서로 만나게 된다. 두 커플의 시간선, 거기에 흥주와 은주의 시간선이 분열되며 영화 속에 여러 개의 시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언뜻 홍상수의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시간들은 중년 부부와 젊은 커플이 공유하는 유사한 상황을 통해 순환성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순환은 흥주가 보게 되는 첫사랑이라는 유령이나, 폭포 밑 얼음에서의 위험천만한 상황 등을 통해 분열되려는 조짐을 보인다. 은주는 얼음에서의 위험한 상황 속에서 군인과 여자를 만나며 위험을 모면하고 그들과 대화한다. 흥주와 함께하는 시간선에서 분열되어 나온 은주는 이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커플을 응시하고,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다시 봉합되려는 제스처를 취한다. 반면 흥주는 첫사랑이라는 유령을 쫓아간다. 그는 핸드폰을 두고 온 은주를 탓하면서 자신도 장갑을 땅바닥에 두고 온다. 첫사랑 또한 유령처럼 등장하여 유령처럼 사라진다. 흥주의 분열은 봉합으로 향하지 못하고, 잃어버림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오프닝과 유사하다. 오프닝에서 등장했던 택시기사와 같은 사람이 등장하여 흥주와 은주를 청평사 밖으로 실어 나른다. 갑자기 내려달라는 은주의 말에 흥주도 따라 내리고, 잠시 멈춘 택시 앞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 본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잃어버렸고, 누군가는 새로운 상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다른 상황에서, 마지막의 마주 보기는 불완전한 봉합으로 마무리된다. 산장의 방에서 흥주와 은주가 함께 앉아있던 방에 비치는 열풍기의 붉은빛은 절대 두 사람 모두를 한 번에 비추지 못한다. 그들을 한 번에 비추지 못하는 경고등 같은 온풍기의 빛이나 겨울의 달빛은 진작의 둘의 봉합 불가능성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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