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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상파울루의 빈민가에 사는 클라라(이자벨 주아)는 집세를 내기 위해 일을 구하는 중이다. <굿 매너스>는 보모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면접을 보러 가는 클라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보모를 구하는 사람은 아나(마르조이 이스치아누)다. 임신한 이후 가족들과 떨어져 도시에서 홀로 살고 있는 아나에겐 충분한 돈은 있지만 그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아나에게 고용된 클라라는 아나의 집에서 함께 살면서 가정부 역할과 그를 돌보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내 가까워진 그들의 감정은 사랑에 가까워진다. 보름달이 뜬 어느 날, 클라라는 아나가 몽유병 환자처럼 냉장고 앞을 서성이고, 집 밖으로 나가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나의 아기가 태어나려 하고, 클라라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아나의 아이인 조엘(미구엘 로보)은 늑대인간이다. 아나는 늑대인간이 아니었지만, 뱃속에 있는 조엘의 영향 때문인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고기를 찾아 배회하고, 길고양이를 잡아먹기도 한다. 아나에게 진통이 시작되자 뱃속에 있던 조엘은 아나의 배를 손으로 찢고 나온다. 그 바람에 아나는 죽고, 클라라는 신생아인 조엘을 죽이려 하지만, 이내 동정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죽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를 거두어 기르기로 한다. 출산 장면 이후에 이어지는 후반부는 클라라가 빈민가에서 조엘이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숨겨가며 양육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굿 매너스>는 독특한 장르영화다. 136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은 마치 1부, 2부 구성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처럼 다른 장르를 채택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나와 클라라가 함께하는 전반부는 통속적인 로맨스 서사처럼 느껴진다. 충격적인 출산 장면 이후 이어지는 후반부는 비밀을 감추고 생활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호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장르의 주인공은 보름달 하면 떠오르는 괴물, 늑대인간이다. 조엘의 늑대인간이라는 정체성은 계속해서 감춰진다. 클라라는 육중한 무쇠로 된 숨겨진 문을 만들고,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문 뒤에 있는 작은 방에 조엘을 사슬로 묶어둔다. 클라라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조엘을 그의 아들로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는 않는다. 그러나 클라라는 스스로 아들의 정체성 중 보여줄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구분하여 은폐한다. 때문에 클라라와 조엘은 여느 싱글맘의 모습처럼 그려진다. 여기서 정말로 은폐되는 것은 조엘이 아나라는 미혼모의 아이라는 것과 아나-클라라라는 여성 퀴어 커플의 아이(물론 둘 사이에서 발생한 아이는 아닐지라도)라는 사살이다. 늑대인간이라는 소재만으로 <굿 매너스>를 선택한 관객들에게 전반부 한 시간 가량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쌓아가는 두 여성의 감정과 그로 인해 촉발된 클라라와 조엘의 관계, 그리고 늑대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은폐되는 미혼모와 동성 퀴어 커플의 출산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러 장르를 한 영화 안에서 소화하려는 선택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나 상반된 장르를 챕터 구분하듯이 집어넣는 경우에는 앞뒤가 따로 노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굿 매너스>는 이러한 도전을 꽤나 성공적으로 해낸다. 출산 장면의 특수효과가 주는 충격이나 디스토피아 세계관인 것처럼 묘사되는 상파울루의 전경 등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르코 더트라와 줄리아나 로자스라는 두 사람이 장르영화에 대한 감각을 갖춘 연출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굿 매너스>에 앞서 두 편의 단편영화를 함께 작업한 둘은 성공적으로 장르영화 한 편을 연출해냈고, 미혼모와 퀴어 커플의 양육이라는 소재를 장르적 상상력 안에 성공적으로 이식한다. <굿 매너스>가 대단한 수작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면서 독특한 장르적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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