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19

<미드90> 조나 힐 2018

도로롱구루루리 2019. 10. 1. 23:34

 스티비(서니 설직)는 엄마 데브니(캐서린 워터스턴)와 고등학생 형 이안(루카스 헤지스)과 함께 살고 있다.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스티비는 우연히 보게 된 한 무리의 스케이트 보더들을 알게 된다. 레이(나-켈 스미스), 존나네(올란 프레나트, fuckfshit이 ‘존나네’로 번역됨), 4학년(라이더 맥로플린), 루벤(지오 갈리시아) 등 4명의 형들과 어울리게 된 스티비는 이들과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담배도 피우고, 파티에 가 술도 마시게 된다. <미드90>은 여러 코미디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된 조나 힐의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의 16mm 필름과 1.33:1의 화면비는 90년대 중반에 촬영됐을 VHS 홈비디오의 질감을 연상시키며,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너바나, 빅 엘, 우탱 클랜, 싸이프레스 힐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삽입해 당시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조나 힐이 직접 각본을 쓴 만큼,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영화에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미드90>은 스티비가 ‘형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는 청소년기에 벌어지는 남성 호모소셜을 낭만화한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존나네의 스케이트보드 샵을 처음 찾아간 스티비가 그 자리에 있던 존나네, 레이, 4학년, 루벤이 나누는 성적인 농담을 들으며 웃는 장면부터, 파티에서 여성과 있었던 성경험을 이야기하며 유대감을 쌓고, “고마워는 게이 같은 표현이야”라는 호모포빅한 언행까지, 남성 호모소셜이 그들만의 유대감을 쌓는 방식이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매일 같이 농담 같은 이야기만 주고받던 이들이 갑자기 진지하게 삶을 이야기할 때나,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였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등의 장면에서 스티비를 비롯한 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이들이 석양을 배경으로 LA의 널찍한 도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이런저런 (불법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장면들은 이들의 호모소셜을 낭만화하는데 일조한다.

 

 <미드90>이 흥미로운 지점은 청소년기 남성 호모소셜을 낭만화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참혹함과 빈약함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다. 루벤은 “고마워는 게이 같은 표현이야”라는 말을 스티비에게 건네지만, 스티비가 저 말을 이유로 스케이트보드를 선물한 레이에게 감사 표현을 못 건네자 레이는 “그건 예의의 문제이지”라고 말한다. 친형제와도 같은 사이라던 레이와 존나네는 둘 중 한 명이 프로 스케이트 보더에 가까워지자 분열의 조짐을 보인다. 스티비가 위험한 스케이트보드 스턴트에 멋모르고 도전하자 무리의 다른 이들은 그에게 ‘sunburn’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지만, 자신의 입지가 작아진 루벤은 스티비를 질투한다. 어느 쪽이든 호모소셜은 항상 분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언제나 위계를 형성하는 남성 호모소셜에선 분열의 징조들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나 힐은 스티비의 가족에게 이 징조들을 투사한다. 이미 스티비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이는 이안은 호모소셜에 속하기를 거부한다. 데브니는 유희삼아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에게서 스티비를 떼어 내려고 시도한다. 영화의 마지막, 병원 로비에서 잠든 이들을 바라보는 데브니의 시점 쇼트는 이들을 바라보는 데브니의 양가적인 감정을 통해 유대감과 분열이 충돌하는 무리의 내면을 드러낸다. 브레이크 없는 스케이트보드를 탄 스티비는 보호장구 없이 그 과정에 충돌한다. 상처 없는 성장은 없다. <미드90>은 그 상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낭만만을 취할 것인지, 그와 동반되는 분열의 징조들을 같이 목격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