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19

<김복동> 송원근 2019

도로롱구루루리 2019. 8. 6. 23:46

 <자백>, <공범자들>에 이은 뉴스타파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김복동>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인권운동가 김복동에 대한 작품이다. 제목이 이미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영화는 1992년 김복동의 증언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활동을 기록한다. 때문에 1992년의 증언과 2018년의 생활 모습을 병치해서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는,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 간의 역사-외교 문제로 다루는 대신 피해자인 김복동이 증언 이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묘사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영화는 1992년의 증언과 아시아연대에서의 발언으로 시작된 90년대의 활동과, 8년간 고향인 부산에서 시간을 가진 뒤 서울에 올라와 수요집회 등에 참여하고,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를 돌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데 노력한 김복동의 활동을 연대순으로 담아낸다. 소녀상 건립과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한일협약 등의 이슈는 김복동의 활동 안에서 자연스럽게 담긴다.

 

 <김복동>은 지난 2017년 국내 개봉한 티파니 슝 감독의 <어폴로지>를 떠올리게 한다. <어폴로지>는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 등 세 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세 국가의 세 명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민족주의를 비껴가고, 피해자 개인에 집중하여 증언 이후 그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담아낸다. <김복동>과 <어폴로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 이후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어폴로지>의 경구 각자의 삶을 비추고 기록하는 방식을 선택하지만, <김복동>은 김복동이라는 한 개인에 집중한 이야기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인권운동가로서의 김복동을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김복동 할머니는 왜 인권운동가가 되었는가?”라는 익숙한 이야기도, 단순히 그의 활동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로 영화가 시작되지만, 영화는 그의 인권운동가로서의 활동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투쟁과 운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만 김복동의 행적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김복동>의 자전적인 내레이션(배우 한지민이 맡았다)과 서정적인 음악이 계속 관객을 자극하는 지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일본과 아베 내각만을 겨냥하며 (물론 박근혜 정권의 외교부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잠시 스쳐가는 정도에 그친다)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부분들은 현재의 한일관계라는 상황 속에서 더욱 부각되게 느껴지며 김복동이라는 개인을 다루려는 영화의 중심점을 조금씩 흐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복동>은 피해자 개인이 현재 어떻게 그 자리에 서 있는가를 묘사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다. 김복동에게서 힘을 얻은 활동가들이 인권운동가로서 그의 유산을 잇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은 영화가 주제로 삼은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얼마 전 개봉한 미키 데자키의 <주전장>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거대담론의 허술함 속으로 돌진하며 그것을 해체한다면, <김복동>은 거대담론 속에 놓인 개인의 (어떻게 보면) 미시적인 이야기를 담론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시의적절하게도 유사한 시기의 개봉한 두 영화(덧붙여서 앞서 언급한 <어폴로지>까지)를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