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019

<토이스토리 4> 조시 쿨리 2019

도로롱구루루리 2019. 6. 21. 15:10

 2010년 <토이스토리 3>로 완벽한 이별을 고했던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이별을 번복하고 돌아왔다. 처음 제작 사실이 발표됐을 때는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었다. “벽했던 지난 시리즈의 엔딩 이후에 과연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것이 많은 팬들의 우려였다. 그러나 라일리의 첫 번째 데이트> 등 픽사에서 단편영화들을 연출해온 조시 쿨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 4>는 왜 4편이 제작되어야 했는지를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앤디의 품을 떠나 보니라는 아이의 방에 온 장난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치원에 들어가야 할 나이가 된 보니는 이제 장난감들과 함께하지 않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러던 중 보니가 유치원에서 쓰레기들을 모아 만든 포키(토니 헤일)를 가져온다. 쓰레기로 만들어졌지만 역시나 장난감이긴 한 포키 또한 우디(톰 행크스)나 버즈(팀 알렌)를 비롯한 다른 장난감들처럼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디는 보니가 유치원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포키를 돕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보니가 장난감들을 들고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쓰레기와 장난감 사이에서의 정체성 혼란을 계속 이어가던 포키는 캠핑카 밖으로 뛰어내리고, 우디는 포키를 데려오기 위해 뛰어내린다. 포키를 구하고 캠핑카로 돌아오던 우디는 어느 빈티지숍에서 우연히 보핍(애니 파츠)과 재회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주인 없이 생활하던 보핍은 기글(애니 마키), 더키(키건 마이클 키), 버니(조던 필), 듀크 카붐(키아누 리브스) 등의 주인 없는 장난감들과 함께, 빈티지숍의 개비개비(크리스티나 헨드릭스)에게 붙잡힌 포키를 구하려는 우디를 돕는다.

 

 <토이스토리 4>는 앤디와 이별했던 장난감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필수적이지 않게 되었고, 주인 없는 장난감들이 길거리나 빈티지숍의 구석에 존재한다. 앤디의 손을 벗어난 우디는 더 이상 주인인 아이의 ‘최애’가 아니다. 그 와중에 쓰레기로 만들어진 장난감 포키마저 등장한다. 이러한 상황을 늘어놓고 픽사가 꺼낸 카드는 ‘장난감 간의 이별’이다. 첫 영화는 우디와 버즈 사이의 우정을, 두 번째 영화는 제시(조안 쿠삭)를 비롯한 가족을, 세 번째 영화는 앤디와의 이별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영화는 우디와 다른 장난감들 사이의 이별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우디를 중심으로 앤디의 어린 시절부터 장난감들이 보니의 집에 도착하기 까지를 요약한 초반의 몽타주 시퀀스는 이미 인간과 장난감 사이의 이야기는 끝났음을 알려주는 것과도 같다. 먼저 다른 주인에게 떠난 보핍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속 퓨리오사와 같은 전사가 되어 집 밖에서 생존하고 있고, 빈티지숍의 개비개비는 자신의 태생적 하자 때문에 주인을 만나지 못했음을 한탄하고 있다. <토이스토리 4>에서 장난감의 위치는 마트의 장난감 매대와 아이의 방이라는 비좁은 공간을 넘어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픽사와 조시 쿨리 감독은 이러한 공간들을 새로운 캐릭터들로 채운다. 변화한 보핍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포키는 물론, 코미디 콤비인 더키와 버니, 조그만 경찰 장난감인 기글, 목소리 연기를 맡은 키아누 리브스를 꼭 닮은 듀크 카붐, 새로운 악역인 개비개비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만큼 슬링키, 렉스, 포테이토 헤드, 제시, 심지어 버즈까지 비중이 대폭 줄어둔 것은 아쉬운 지점이나, 새로운 장난감들이 불어넣는 활력이 영화를 지탱한다. 또한 다소 독단적인 우디의 태도는 <주먹왕 랄프: 인터넷 속으로>의 랄프를 연상시킨다. 삶의 목적을 관계에 놓고 있는 우디는 자신의 독단 때문에 주변 인물들을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서부극 영웅처럼 다른 장난감들을 이끌던 우디의 모습은 이번 영화에서 다소 위협적으로 그려진다. 주인과 분리된 장난감의 삶을 접하게 된 우디는 자신만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아이의 방 밖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꾸려가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보핍의 모습은 우디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다만 이 고민이 전편들이 다뤘던 우정, 가족, 이별만큼 잘 다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시리즈가 오래 지속된 만큼 기시감이 드는 장면들도 많은 데다가, 앞서 언급한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는 명백히 픽사의 다른 작품인 <업>을 연상시킨다. 익숙한 재료들로 꾸려 나가는 이야기는 여전히 매끄럽게 잘 만들어졌지만, 새롭지는 않다. 우디와 포키의 고민은 영화 내내 제시되지만, 장난감의 자율성이라는 애매한 주제로 이어지며 힘을 잃는다. 무엇보다 그 자율성을 말하던 캐릭터가 앞선 영화에서 장난감의 의무를 이야기했던 보핍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주제는 설득력을 잃는다. 그럼에도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엔딩의 감동을 주긴 하지만 말이다. <토이스토리 4>의 이야기는 도리어 모두가 자리를 잃고 마는 영화에 가깝다. 장난감들에게 주어진 자율성은, ‘자율’보다는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합리화에 가깝다. 영화가 묘사하는 것은 아이의 방을 벗어난 장난감들이 누군가에게 습득되어 놀이동산의 경품이 되거나, 빈티지숍 한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거나, 말 그대로 야생의 전사로 적응하는 모습들이다. 최근의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불가항력적 상황에 의해 자리를 잃은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코코>와 <주먹왕 랄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당장의 갈등을 봉합하는 결말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갈등은 대부분 속편에서 다시 벌어진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어쨌든 <토이스토리 4>는 다시 한번의 이별을 선사한다. 인간과 장난감 간의 이별이 아닌, 장난감과 장난감과의 이별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어쨌든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가 나왔어야 하는 이유로 기능한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불어넣는 활력과 기존의 픽사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요소들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한계점 때문에 이전의 세 영화만큼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사이드 아웃> 이후 침체기에 가까웠던 픽사의 작품들 중 가장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내년 개봉 예정인 <온워드>가 실망스러운 예고편을 내놓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의 피트 닥터가 연출한 <소울> 또한 내년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내년에 공개될 두 편의 픽사 신작은 어떤 작품이 될지, <토이스토리 4>는 그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