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 피터 패럴리 2018 :: 영화 보는 영알못

 <덤 앤 더머> 등의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오던 피터 패럴리 감독의 첫 드라마 장르 영화인 <그린 북>은 천재적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운전수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6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상류층 흑인과 하류층 이탈리아계 백인의 이야기를 통해 휴머니즘적인 봉합을 선보인다. 문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이 돈 셜리의 유족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작되었으며, 돈 셜리에 대한 대부분의 묘사가 실제와 다르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와 실제는 별개라지만, 실존인물에 대한 실화를 그림에 있어서 이 영화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더욱이, <그린 북>의 완성도는 준수한 편이지만 어쩔 수 없는 백인 감독, 백인 각본가의 시선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린 북>은 전적으로 마허샬라 알리와 비고 모텐슨, 두 배우의 연기에 기대는 작품이다. 사실 패럴리의 작품 대부분이 그러했다. <덤 앤 더머>는 짐 캐리에게,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기네스 펠트로와 잭 블랙에게 기댄 작품이었다. <그린 북>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다. 대신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감동할만한 드라마라는 장르를 선택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 보편성이 백인의 시선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셜리와 토니는 인종과 계급을 넘어서는 우정을 나누지만, 그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극히 백인적이다. 가령 영화 속에서 배경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등장하는 여러 흑인 엑스트라들에 대한 시선은 높은 계급-그것이 실제 계급이든 인종적 계급이든-의 사람에 의한 시혜적 시선으로 그려진다.



 차라리 익숙한 클리셰 안에 있는 흑들의 대한 묘사는 인종차별에 대한 클리셰적인 묘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동양계 인물에게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고, 이후 장면에서 동양계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토니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서 동양계 인물이 소비되기만 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인도계로 추정되는 셜리의 집사 캐릭터 또한 가볍게 지나가고 만다. 결국 <그린 북>은 영화 속 토니, 피터 패럴리 감독, 셜리의 유족과 협의 없이 영화화를 진행한 실제 토니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 등 백인 시점의 회고담일 뿐이다. 마허샬라 알리와 비고 모텐슨 두 배우의 열연이 가까스로 영화를 무난한 수준에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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